뇌 발달의 가장 특징적인 패턴은 " 과잉생성 후 솎아내기"로 요약할 수 있다. 난자와 정자가 구성된 후 세포 분열을 거듭해서 뇌의 만들어지는데 이 원형은 바달이 완료된 성인의 뇌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뉴런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 개개인의 고유한 뇌를 조각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커다란 뇌 세포 덩어리를 공평하게 부여받는다고 할 수 있다.
뉴런이라 부르는 뇌 세포는 우리 신체의 다른 부분을 구성하는 세포와 달리 죽거나 손상되었을 때 쉽게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출생을 전후한 시기에 가장 많고 그 이후로는 대체로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성인이 된 후에도 뇌의 일부 영역에서 새로운 뉴런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이들 뇌세포에서 축색과 수상돌기가 자라고 이들이 서로 연결되어 시냅스를 만들 때에도 동일한 패턴이 관찰되는데, 유전자의 기본 명령에 따라 과잉 생성한 다음 사용되지 않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축색가지, 수상돌기, 시냅스를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회로를 정교화하고 형태를 가다듬는다. 뉴런과 달리 수상돌기나 축색의 분지, 시냅스 등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얼마든지 새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발달 과정을 통해 필요한 만큼의 뉴런과 시냅스를 만들어 나가는 대신 일단 많이 만들어놓고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방식으로 뇌의 구조와 기능을 다듬어 가는 것은 나름대로의 장점을 지닌다. 발달이라는 맥락에서 가장 큰 장점은 불확실한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잠재력을 극대화한다는 점일 것이다. 처음부터 어떤 환경에 적응하기에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넉넉한 뉴런과 시냅스를 제공함으로써 적응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보장해 주는 것이다. 또한 시냅스를 과일 형성한 다음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구조까지 유전자의 명령을 통해 정밀하게 프로그래밍하지 않아도 되도록 유전자의 부담을 덜어 주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태어날 무렵의 태아의 뇌는 피질층도 나타나고 뉴런들 간의 연결도 형성되기 시작하였으며 수초화도 진행되는 상태로서 이미 충분히 복잡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연결 패턴이 출생 이후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거치면서 더욱 정교해지는데 우선 태아기 동안 뇌의 기본 구조와 형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뇌 발달 과정은 대체로 뉴런의 증식, 뉴런의 이동과 분화, 시냅스의 형성과 수초화, 시냅스와 뉴런의 선택적 소멸의 4단계로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제 각각의 뇌 발달 단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뉴런의 증식
수정 후 대략 18 ~ 22일경부터 발달하기 시작하는 인간의 시경계는 가운데가 비어 있는 관 형태의 신경관에서 출발한다. 신경과 안쪽에는 나중에 뇌실로 발달하는 빈 공간이 있다. 이 뇌실의 벽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을 줄기세포라고 하는데
이들이 신경 세포의 원형인 전구세포로 발달한다. 임신 후 첫 5~6주 동안 뇌실벽 주변에서는 세포분열을 통해 똑같은 신경
세포들이 계속 만들어지면서 전구세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임신 7주 무렵부터, 세포 분열을 통해 증식된 세포 가운데 하나는 뇌실별 주변에 남아서 거듭하고 다른 하나는 바깥쪽으로 이동하여 피질을 형성하는 뉴런이다. 임신 후반기에 도달하면 이동하는 세포의 수가 계속 증가하면서 피질의 각 층을 형성한다.
뇌신경세포의 증식과 이동이 계속되면서 신경계는 급격히 변화한다. 처음에는 걷은 관 모양을 하고 있던 신경관이 시간이 지날수록 신경세포의 증가로 인해 확장되어 접히고, 꼬이고, 겹치면서 태아의 뇌 형태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수정 후 100일 정도가 지나면 태아의 뇌는 다른 동물과는 확연히 다른 인간의 뇌 모습을 갖추는데 신경관 가운데의 빈 공간은 뇌실이 되고 후 모양으로 부풀어진 부분들이 생겨나면서 각각 뇌의, 전뇌, 중뇌, 후뇌를 이룬다. 그러나 이때의 뇌는 아직 피질 주름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불룩하게 솟아오르거나(회) 움푹하게 패인(구 또는 열) 피질 주름은 임신 7개월이 되어야 발견할 수 있다.
임신 2개월 무렵이면 태아에게는 남녀 구분이 나타나게 되는데 남아의 배아에 들어있는 테스토레스테론이라고 하는 남성 호르몬이 특정 세포의 유전자 활동에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남녀의 성기 모양을 비롯한 신체 구조의 차아와 뇌의 구조적 차이를 초래한다. 뇌에도 테스토스테론에 반응하는 세포들이 있어서 시상하부라고 부르는 뇌 영역 가운데 특정 부분이 남녀 간에 서로 다르게 발달한다. 이러한 남녀 간의 구조적 차이를 성차이라고 하는데 생물학적인 성 차이가 단순히 신체 구조뿐 아니라 뇌 구조의 차이까지도 포함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적어도 영장류의 경우는 출생 이전에 뉴런의 증식이 모두 완료된다. 사람의 경우 뇌실 벽 주위에서 세포 분열을 통해 뉴런이 증식하는 과정은 임신 5~6개월 을 전후하여 대체로 완료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가 지나면 조산한 아기도 어느 정도 생존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때부터 출산까지의 4개월가량은 뇌가 외상이나 손상에 손상이 생겨 일부가 소멸한다. 해도 그것을 대체할 만한 뉴런을 더 만들 수가 있지만 뉴런의 증식 과정이 일단 종료되면 뉴런을 다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뉴런의 증식 단계에서 흥미로운 점은 앞서 말했듯이 실제로 필요한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뉴런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갓 태어난 아이가 가장 많은 수의 뉴런을 가지고 있고 그 이후로는 계속 그 수가 감소할 뿐 더 이상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성장 발달이 완료된 이후에도 해마 영역에서 줄기세포를 통해 뉴런이 증식하는 경우들이 보고되기도 하였으나 이는 뇌 전체의 일반적인 특성은 아니다. 그러나 영장류가 아닌 포유동물(예: 쥐)은 출생 무렵 혹은 출생 이후까지
뉴런의 증식이 계속되기도 한다. 또한, 뉴런이 아닌 교세포(신경신호를 생성하거나 전달하지는 않지만 그러한 기능을 하는
뉴런을 지지하고 영양을 공급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는 사람의 경우에도 일생 동안 증식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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