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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반증가능성(머리에 살고 있는 난쟁이 관리인을 물리치는 방법)

by 부를향한여정 2023.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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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3년 황열병이라는 무서운 전염병이 미국 필라델피아 지역을 강타

했다. 그 당시 필라델피아에서 활동하던 선도적인 의사 중의 한 사람이

독립선언서의 서명자였던 벤저민 러쉬였다. 러쉬는 황열병이 창궐한

후 문자 그대로 수천 명에 달하는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몇 명 안 되는 

의사 중의 한 사람이었다.

 

러쉬는 고열을 수반하는 질병은 상당한 출혈로 치료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학

이론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는 이 치료법을 많은 환자에게 적용하였는데, 여기에는

이 병에 걸렸을 때의 자기 자신도 포함되었다. 비판자들은 이 치료법이

황열병보다도 더 위험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러쉬는 전염병이 지나

간 후에도, 비록 자신의 몇몇 환자들이 사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치료법의 효과를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한 작가는  러쉬의 태도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자기 의학 이론의

정확성을 확신하고 치료 결과에 관한 체계적 연구방법을 결여함으로써,

그는 증세가 호전된 모든 사례를 치료의 효율성 탓으로 돌렸으며, 치료

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모든 사망 사례를 병의 심각성 탓으로 돌렸다.

다시 말해서 환자의 증세가 좋아지면 출혈 치료법이 작동하는 증거로

받아들였지만, 환자가 사망하면 환자의 증세가 너무나 심각해서 어떤

치료법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오늘날 우리는

러쉬의 비판자들이 옳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의 치료법은 황열병만큼이나 위험하였던 것이다. 이 장에서는 

어떻게 러쉬가 잘못을 저질렀던 것인지를 논의한다. 그의 오류는

과학적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 중의 하나를 예시해 준다. 이원리는

심리학 주장을 평가하는 데 특히 중요성을 갖는다.

 

이론과 반증가능성 기준

베저민 러쉬는 자기 치료법의 효과를 평가할 때 한 가지 치명적인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그의 증거 평가방법은 자신의 치료법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결론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만일 환자의 회복이

출혈 치료법(따라서 자신의 의학 이론)의 확증을 의미하였다면, 환자의

죽음은 반증을 의미하는 것이었어야만 공정한 방법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증 사례들을 다른 방식으로 합리화였던 것이다.

러쉬의 방식대로 증거를 해석하게 되면 과학에서 이론 구성과 검증에 관한

가장 중요한 규칙 한 가지를 위반하게 된다. 즉, 그는 자신의 이론을

반증할 수 없게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

 

과학 이론은 항상 그 이론으로부터 유도해 낸 예언이 틀린 것으로

판명될 수 있는 방식으로 진술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특정한 이론과

관련된 새로운 증거를 평가하는 방법은 언제나 데이터가 그 이론을

반증할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어야만 한다. 이 원리를 흔히 반증가능성

기준이라고 부르며, 과학 발전에서의 그 중요성은 칼 포퍼가 아주 강력하게

주창하였다. 포퍼는 과학철학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그의 저술들을

광범위하게 탐독하고 있다.

 

반증가능성 기준은 어떤 이론이 유용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그 이론으로

부터 도출한 예언이 충분하게 상세한 것이어야만 한다고 규정한다.

이론은 대단히 불리한 입장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야만 한다고 진술함으로써, 다른 특정한 사건들은 일어나

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함축해야만 하는 것이다. 만일 후자의 사건이

일어난다며, 이론에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확실한 단서를 갖게 된다.

그 이론은 수정될 필요가 있거나, 아니면 전적으로 새로운 이론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어떠한 방식을 취하든 진리에 더 가까워진 이론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만일 이론이 어떤 것이든 가능한 관찰을 배제한다면, 그

이론은 결코 변화될 수 없으며, 진보의 가능성은 전혀 없이 현재의

사고방식에 고착되고 만다. 따라서 성공적인 이론이라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아니다.

 

이론의 평가를 자주 언급할 것이기 때문에 이론이라는 용어를

둘러싼 일반적 오해를 불러 시켜야만 하겠다.

그 오해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아니, 이것은 단지 이론일 뿐이잖아!"

라는 표현에 반영되어 있다. 이 표현은 일반인들이 이론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흔히 검증되지 않은 가설, 단순한 추측, 또는 육감 등을

의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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